포니인코리아: 우리들의 포니 공간 [시범 운영/Working In Pro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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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꿈꿨다
명예를 꿈꿨다
평화를 꿈꿨다

그러나 지금은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마을의 식량을 훔쳐가던 유니콘의 뿔을 부러뜨려 준 뒤로
더이상 걱정거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피가 흐르는 동족간의 비극이 끝없는 겨울로 마무리 되자 
더이상 전쟁을 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힘없는 망아지에게서 식량을 빼앗은 후엔
더이상 이 발굽에 피를 묻힐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운명은 나에게 안식을 주는것을 거부했다
아니, 안식을 받을 가치도 없다는 것이리라

죽어버린 고향을 버리고 총리를 따라 도착한 이퀘스트리아는 아름다운 곳이였다
날씨는 따뜻하고 땅은 비옥했으며 이웃들은 친절했다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간 가족들의 빈자리는
새롭게 사귄 부리달린 친구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우리들의 공주가 선전포고를 하기 전까진

나는 전쟁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로얄 가드라는 멋들어진 이름을 받아
몇일 전까지만 해도 같이 땅을 파던 이웃을 땅에 묻어야 했고
몇일 전까지만 해도 같이 밥을 먹던 이웃의 식량을 태워야 했다

남은 생은 흙만을 만지며 속죄하리라 다짐했던 한 숫말은
결국 피비린내 나는 발굽으로 친구들을 죽이고 있었다

“11 돌격대! 돌격 준비!”
페가수스 연락병에게 서신을 받고 면밀히 살펴보던 장교가 뿔을 빛내며 소리쳤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내 주변의 포니들을 둘러보았다
처음보는 포니들 다수
두번째로 보는 포니 몇 필
그리고 처음부터 함께한 포니 하나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미건조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마 이번에도 나와 운 좋은 녀석들 몇필 그리고 그녀 정도만 남겠지

“돌격!”
장교가 뿔에 모아두었던 마법을 적들에게 날리며 소리치자
우리는 앞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갑옷을 입은 어스포니들로 이루어진 돌격대의 임무는 간단하다

달려가서
부딪힌다

그것을 적이 다 죽거나
부대원들이 다 죽을때까지 반복한다

허술해 보이지만
어스포니들의 발굽은 농사를 방해하는 거대한 바위도 부숴버릴 수 있었고
넓은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 매일 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달리는 속도가 빨라졌기에
적들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 두개골을 부수는 것 쯤은 간단한 일이였다

적들이 모여있는 곳까지 달려가자
끈적끈적한 액체를 뒤집어 쓴 그리핀들이 보였다

그들은 날아올라서 우리를 공격하려 했지만
뒤엉킨 깃털은 그들을 추락하게 만들었고
허우적대는 그리핀들의 두개골은 쉽게 부숴졌다

“날지마! 부리와 발톱을 이용해!”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는 목소리다

추위에 떨던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주었던 그리핀
시도때도 없이 아내와 자식들을 자랑하던 그는 지금 내 눈 앞에 있었다

그리핀들의 피로 물든 나의 발굽처럼
포니들의 피로 발톱을 물들인 채

그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그의 눈에서 슬픔을 읽어냈지만
그가 내 눈에서 읽어낼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잠시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붉게 물든 발톱이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지만
그보단 내 운이 더 좋았다

그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짓던 얼굴이 뭉개졌다
그 누구보다 존경스러운 가장이 쓰러졌다
그 누구보다 따스한 생명이 죽었다

그가 친구라고 불러주었던 내 발굽으로

그의 온기가 차갑게 식은 내 몸을 데웠고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부리달린 생명체들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직 살아 숨쉬고 있었다

녹슨 쇠맛이 느껴지는 입을 움직여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생명을 죽인 포니들은 흐느끼며 구토를 하고 있었고
두번 살아남은 포니들은 말없이 죽은 전우들을 수습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홀로 달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평소였다면 무시하고 울고있는 녀석들을 챙기러갔겠지만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광경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봐”
“방해하지마”
그녀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그녀는 방해꾼을 한번 노려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내일도 싸워야 할텐데 막사에서 쉬지 그래?”
“하…”
그녀의 반응에 오기가 생긴 나는 다시한번 말을 걸었고
그녀는 짜증난다는 듯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였고
그녀의 갈기는 은으로 만들어진 듯 매끄러웠다
표현하긴 힘들지만 그녀는 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포니였다

“네 몸이나 신경써”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앞발로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나를 밀치고 야영지로 향했다

그녀의 말이 맞다
이 저주받은 전장에서 남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나는 사랑에 빠진 두 포니가 위험에 빠진 연인을 구하려다 둘다 죽는것을 수도없이 보아왔고
귀찮게 말을 걸어오며 미소짓던 친구가 다음날 어머니를 찾으며 죽어가는 것을 몇번 보아왔기에
지금까지는 다른 포니들에게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울다 지쳐 쓰러진 녀석들을 데리고 야영지로 향했다

피에 젖은 어스포니들 중 움직이는 녀석들이 다 돌아오자
나는 상관에게 돌아오지 못한 포니들의 수를 보고했다

“점점 이기기 힘들어지는군”
책상 위에 펼쳐놓은 지도를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전투를 할 때마다 땅 속에 묻은 포니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성마들이 계속 죽어나간다면 나중엔 덜덜떨며 돌격하는 망아지들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면 말이다

“빈자리들은… 내일이면 채워질걸세. 수고했네”
고민이 많은 듯 지도를 보기 위해 밝힌 뿔빛을 깜빡이던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그에게 경례하고 막사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
우리는 이슬과 한기를 막아주었던 막사를 해체하고 새로운 전장으로 행군했다

밤을 샌 듯 비틀거리는 포니들 사이로 그녀가 보였다
그녀는 내 시선을 느낀 듯 나를 한번 노려본 후 다시 앞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쓰러진 포니의 짐을 나눠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는 수많은 포니들이 모인 평야에 도착했다
구름 위에 숨어있는 페가수스들
저 멀리서 마법을 준비하는 유니콘들
그리고 선봉에 서서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우리들

이번에는 나 또한 살아남지 못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숨을 쉬며 반대편을 바라보자 엄청난 수의 그리핀들이 있었다
먼 거리였지만 그들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저려오는 사지와 가빠지는 호흡 덕분에 느낄수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나는 처음보는 포니들에게 장비를 지급하고 장군의 연설을 들었다
그가 말하기론 저 사악한 그리핀들의 뒤에는 그들의 역겨운 둥지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명예와 영광이 우리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몇몇 멍청이들은 그의 말을 듣고 환호했지만
전투를 한번이라도 겪은 포니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장군이 연설을 끝내고 빛과 함께 사라지자 우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처음보는 규모의 그리핀들
뒤에 남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가장들

그들을 마주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고
심장이 마구 뛰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보단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 생각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 또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때 눈부신 빛무리가 그리핀들을 향해 날아갔고
폭음과 함께 상관의 돌격하라는 명령이 들려왔다

그의 명령을 듣고 돌격하던 우리는 평야의 중간지점에 도착하자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에서 달리던 포니가 비명을 지르며 풀으로 가려져 있던 구덩이 속으로 사라졌고 비오는 날 진흙을 밟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졌다

장군의 연설에 환호를 보내던 녀석들이 겁에질려 질주를 멈추자 하늘에서 발톱이 날아와 그들을 낚아채갔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지상으로 돌아왔다

추락하는 포니들은 어스포니들이 대부분이였지만 페가수스들이 섞여있었다
구름 속에 페가수스들만 숨어있던게 아니였던 것이다

포니들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머리 위로 광선이 날아왔다
제대로 조준하지도 못하고 쏜 듯한 그 광선은 그리핀들이 아닌 어스포니들을 불태웠다

그리고 나는 그때 우리가 패배했음을
나의 죽음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나는 몇 안되는 부대원들과 함께 우리들에게 달려오는 그리핀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고
그녀가 살아남기만을 기도했다

그리고 그때 하늘에 태양이 떠올랐다

포니들
그리핀들
지성을 가진 모든 생명체들은
갑작스럽게 하늘을 밝히는 두번째 태양을 바라보았고

그리핀들이 지키던 고향에
거대한 빛줄기가 내려치는 것을 목격했다

대지가 녹아 물처럼 흘러내리고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어린 그리핀들의 비명소리가
전장의 함성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고
시끄러웠던 평야는 침묵으로 가득찼다

몇몇 그리핀들이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지만
태양에 닿지 못하고 잿가루가 되어 날아갈 뿐이였다

한참을 들려오던 비명소리가 사라지자
태양 또한 자신의 일을 마쳤다는 듯 사라졌고
그리핀들은 조용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승자의 함성도
패자의 통곡도 없는
기괴할 정도로 조용한 전쟁의 끝이였다

붉게 물든 전장에서
패배했지만 승리한 우리들은
잿더미를 바라보는 그리핀들을 남기고
도망치듯 평야에서 빠져나왔다

저들을 꺾어버린 힘이 우리에게 향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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